심야의 서울 사당역 인근 모텔촌. 정세희(16·가명)양은 모텔 입구에 서서 휘황한 건물 네온사인을 올려다본다.
살면서 이런 모텔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가끔 밤 11시를 넘겨 학원을 마치고 귀가할 때나 눈에 스치던 불야성 같은 어른의 세계였다.
트위터에서 알게 된 남자는 자신이 있는 모텔에 와주면 15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숙인 채 곧장 로비를 지나면 된다고 했다. 그가 있는 곳은 802호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두렵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자해를 했다. 내가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것을 부모님께서 보시고 나를 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 정양은 2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입을 닫았다. 부모 손에 이끌려 간 병원에서도 묵묵부답이었다. 정양의 언니가 동생이 사용하던 PC와 휴대폰 기록을 살펴본 뒤에야 비로소 가족들은 내막을 알게 됐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성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 환경에 일찍이 노출된 MZ세대가 시대를 막론하고 전 연령에서 높은 성범죄 비율을 차지하는 20·30세대가 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피의자로 분류된 3만1651명 성범죄자 가운데 남성이 3만239명으로 95.5%다. 이 가운데 19~30세가 1만312명으로 전체 대비 34.1%를 차지했다. 31~40세는 5854명으로 19.3%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배포, 불법촬영(카메라 등 이용 촬영·배포)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 범죄가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늘고 있다. 이 비율은 2017년 20.2%에서 2021년 33.0%로 크게 뛰었다.
SNS라고 하면 주로 어떤 플랫폼이 문제가 되는가?
“트위터가 압도적이다. 대부분 발단은 소위 ‘일탈계’라고 불리는 계정에서 이뤄진다. 일상에서 탈출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로, 10대 여학생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촬영해 트윗을 올리는 계정이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도 수백 개는 화면에 뜰 것이다. 익명성이 담보되는 SNS에 얼굴만 노출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인식이 많다.”
성착취물을 제작하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할 것 같은데?
“SNS 성범죄의 가장 큰 문제다. 애초 트위터에선 신체 접촉을 몇 번 허용한다는 유사 성행위를 전제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십중팔구 성 매수자는 태도를 돌변해 성폭행한다. 특히 무력으로 미성년자를 제압해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그것이 상대를 협박하는 수단이 된다.”
피해자의 가족까지 협박한다고 들었다.
“가해자는 성폭행이 끝난 뒤 피해자의 가족 신상을 알려주면 영상을 지워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때 피해자 가족의 휴대전화 번호까지 모두 알아간다. 10대들은 그저 무서울 수밖에 없고, 가해자는 영상을 지웠다는 말만 하니 믿는 것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어 모텔을 급하게 빠져나온다. 하지만 며칠 뒤 가해자가 더 만나자고 했다가 거절하면 피해자의 부모에게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다.”
실제로 상대 부모한테까지 연락하게 되는 경우가 있나?
“이런 가해자들은 괜히 선을 넘었다가 자신의 흔적이 남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에 직접 연락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의 아이피를 추적할 수 없도록 VPN(가상 사설 네트워크)으로 온라인에 영상을 유포해버린다. 경찰에 신고되거나 로펌에 사건이 의뢰되는 건수는 상황이 후자까지 치달았을 때다.”
요새 청소년의 탈선 현장으로 지목되는 룸카페는 어떤가?
“실제 룸카페에서 벌어진 성폭행으로 찾아온 학생이 있었다. 최근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룸카페도 아예 밀실로 만들어지고 있다. 안에 침대가 있고 화장실에서 씻을 수 있게 돼 있는, 최소한의 숙박업소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룸카페의 종업원 대다수는 청소년의 출입 검사를 따로 하지 않는다.”
어떤 사례가 가장 많은가?
“성관계를 할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블랙아웃) 상태였는지 단순히 필름이 끊긴 것이었는지가 쟁점이 되는 준강간 혐의 사건이 대다수다. 남녀 둘 다 술에 만취해 기억이 희미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었는데, 여자가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린 뒤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였다며 경찰에 신고하는 케이스다.”
법무법인 내에서 ‘치유의 봄’이라는 피해자 전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고소 대리 과정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피해를 입었을 때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법률적 문제의 조력을 한다.
다수의 로펌은 형사사건의 경우 피의자나 가해자 위주로 안내하기 때문에 로펌 의뢰에 어려움을 느끼는 피해자분이 많다는 데서 착안했다.”
성범죄라는 특성상 피해자는 지인에게 털어놓지 못하기 때문에 여성 변호사를 더 찾을 것 같다.
“피해자 심신 안정을 위해 대화를 이어가기도 한다. 특히 강제추행 등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나 영상을 함께 봐야 하는 민망한 상황을 겪는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같은 성별의 변호사가 사건을 더 세심하게 다룰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본다.”
- 글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사진 지미연 기자 agadis@hanmail.net
기사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42931#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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